동국대학교 총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조계종 첫 포교사가 되면서 포교 일선에 뛰어든 이후 50여 년간 지속적으로 불교 포교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선진규(77) 김해 봉화산 정토원장. 故 노무현 대통령과의 각별한 인연으로 세간의 이목을 받기도 했던 그를 만났다.  편집자

“오랜 시간 필요한 인재 양성, 온 불교 역량 쏟아야”

▲ 선진규 봉화산 정토원장은 불교가 생존하기 위해선 30년을 내다보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남진(이하 윤) : 최근 등단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불교문인협회 고문으로도 활동하고 계신데, 근황은 어떠신지요.
선진규(이하 선) : 등단은 최근에 했습니다만, 불교문인협회에서는 몇 년 전에 나를 인정해주고 고문으로 앉혀주더군요. 세상살이에서는 요식행위를 거쳐야 하잖아요. 불교의 영역 벗어나 창작활동을 해보고 싶어서 시작했어요. 출품작이 많아 경쟁이 심했던 거 같습니다. 심사결과가 좋았는데, 아마도 노인을 대접해 준 게 아닌가 싶어요.

윤 : 이전부터 시를 계속 써 오셨습니까?
선 : 시나 글을 계속 써온 건 아닙니다. 다만 40~50년 동안 일기를 써오고 있어요. 시상(詩想)이 떠오르면 바로 써서 일기 속에다 꽂아놓곤 했었죠. 취미였는데, 지금은 등단했으니 취미를 넘어서 본격적으로 해야죠. 개인적인 명예보다는 포교활동에 필요한 것 같아요. 올해 나이가 77세인데, 이 나이에 시작하려니 주책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내일 이 세상을 마친다 하더라도 오늘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더 큽니다. 늘 배워야겠다는 마음가짐 때문인지 다른 사람보다도 건강하게 활동하고 있는 것 같아요.

윤 : 책도 몇 권 쓰셨습니다. 그 중에서 〈부처님의 3대 선언〉은 어떤 책입니까.
선 : 대학(동국대 불교대학) 1학년 때부터 계산하면 60년 정도 불교활동을 해왔습니다. 불교를 알고 싶어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불교는 장님이 코끼리만지는 격입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 지 모르죠. 스님들은 아주 두꺼운 책을 줘야 권위가 있는 줄 알아요. 하지만 초심자들은 두꺼운 책을 보면 눈 앞이 캄캄해집니다. 처음에 접한 책이 어려우면 그 다음부터는 쳐다보지 않습니다. 불교와 멀어지게 되는 거죠. 종교는 여유를 주고 편해야 합니다.
그래서 20~30분 간 만화나 소설 보듯이 읽고 불교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는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죠.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지성인에 이르기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부처님의 일대기를 축소시켜 내놔야 되니까 어렵더군요.
제목이 〈부처님 3대 선언〉인데, 연기선언, 전도선언, 귀의선언(자등명 법등명, 자귀의 법귀의)을 말합니다. 현대감각에 맞고 현대인에게 강한 메시지를 전해주고 싶어서 제목을 그렇게 정했습니다. 불교문학, 불교단체 등 40명에 자문을 맏고 많이 고쳐 세상에 내놨는데, 지금까지 5쇄 인쇄했어요. 4만 2천 권 정도 나갔습니다.

윤 : 올해 민주당 노인위원장에 당선되셨습니다.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선 : 일평생 포교를 해온 사람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니 허점이 많고 낙후된 곳도 많더군요. 고인(노무현)이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 도움을 주고자 노사모와 열린우리당에 깊이 관여하면서 정치권에 들어왔죠.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으니 정치인라고 불려도 할 말은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거기 있는 것은 정치인 선진규가 아닌 포교사 선진규로 있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을 비롯해 모든 정당에 포교사 한 사람이 버티고 있으면서 불교를 사수했으면 합니다. 정치인으로만 매도하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윤 : 정치가 나라를 움직입니다. 하지만 불교는 너무 정치를 소홀히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스님들 중심으로 정치권과 관계를 맺는 행태는 극복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재가자들이 정치세력화 하는데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보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선 : 불교의 부분적인 취약점이긴 하지만 내부에서는 ‘수행하는 곳에서 무슨 정치냐’는 비난을 듣기도 하잖아요? 그러면서도 불교는 정치와 권력에 약한 모습을 보입니다. 근간에 조계종을 중심으로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는데, 좋은 현상이라고 봅니다. 정치를 등한시하는 실험을 한 셈입니다. 하지만 이게 답은 아닙니다. 실험을 하지 말고 인재를 배출하면 됩니다. 사람 배출은 30년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기독교는 인재를 배출하자고 결정한 뒤 3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인재 양성의 중요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서러움을 감수하면서 인재를 키우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불교계에서는 아직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습니다.

윤 : 정치의 정점에 계셨던 분(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음에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옆에서 본 노 전 대통령, 불교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선 :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인연이라고 하는 건 위대합니다. 노 대통령이 그곳에서 나고, 살고, 퇴임 후 그곳에 왔고, 주변의 비리를 들추는 바람에 그것을 자기가 감내하지 않으면 안되는 판국까지 와서 부엉이바위에서 자기 스스로 세상을 고해 버렸습니다. 유언으로 화장해 달라고 했고, 비석하나만 세우라 했는데, 그 유언 자체가 상당히 불교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유골이 봉화산 정토원에 들어왔고, 49재를 지내는 동안 200만 명의 추모객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 중에서 70만 명이 험한 길을 뚫고 정토원에 올라왔는데, 안전사고 한 건이 없었습니다. 노 대통령이 과거에 엄청난 원력을 세웠을 거라 생각했죠.
그 당시 노 대통령의 49재는 일반인들에게 불교에 대한 친밀감을 주는 한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생에 원을 세우지 않았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큰 원은 세세생생 간다는 표현이 맞겠지요. 그리고 재가불자 운동의 필요성을 일깨워 주었습니다.

윤 : 노 전 대통령의 개혁적 성향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치셨습니다.
선 :  노 대통령의 개혁성향은 호미든 부처님 영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52년 전에 호미든 부처님을 모시고 4월 5일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데, 당시 진영중학교 학생들이 올라왔어요. 그 중에 학생 노무현이 있었죠. 나중에 들으니 호미든 부처님 주변에 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하더군요.

윤 : 사회적으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불교운동을 해오신 입장에서 재가불자들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나 방향에 대해 한 말씀 해주십시오.
선 : 전국에 불교종단이 160개 정도라고 합니다. 스님은 3만 명 정도로 추산합니다. 그러면 기독교의 목사는 얼마쯤 될까요. 15만은 족히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목사 뒤에 장로, 권사, 전도사 등 전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10명 정도로 본다면, 150만 명이 전도사가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불교는 스님 지금 3만 명이 포교하고 있으니 게임이 안되는 거예요.
핵심은 인재를 키워야 한다는 겁니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고난과 굴욕을 참아가면서 30년을 목표로 인재 양성에 나서야 합니다. 그리고 재가불교를 활성화해야 합니다.
한국불교에서 그 모델을 찾으라면 천태종을 꼽을 수 있습니다. 신도회를 중심으로 사찰이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재가자들의 역량이 집중돼 있다는 말입니다. 어찌됐든 불교계가 한국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을 키우고 불교인과 일반인들에게 신뢰를 주는 토양을 만들어야 합니다.

윤 : 불교계 활동을 하면서 지켜본 바로는 불교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어 못 오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해결할 방법은 없습니까?
선 : 불교는 조계종, 천태종 등 각 종단별로 움직입니다. 그러다보니 폐쇄적인 면도 없잖아 있습니다. 종단을 가리지 말고 불교 인재들에게 문을 열어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현명한 사람을 불자로 만들어야 하고, 그들에게 먹고 사는 현실적인 문제도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승속을 막론하고 함께 참여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젊은이들은 종단에 기대지 말고 창업정신을 배양시켜 불교 밖에서 불교와 사회를 연결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을 중심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면 이미 저만치 가 있는 타종교를 따라 잡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곧 포교입니다.

선진규(77) · 전국신도회장, 대한불교청년회장 역임 · 현 김해 봉화산 정토원장 · 현 한국불교문인협회 고문 · 현 민주당 노인위원장

윤남진(45) · 전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처장 · 현 NGO리서치 소장 · 현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연구위원장 · 현 DN 네트워크 경영지원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