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 30인, 감로법문을 설하다
한국의 대종사들
한국불교기자협회 지음 / 조계종출판사
“독사에게 물리면 한번 죽으면 됩니다. 하지만 애욕에 매달리고 식탐에 빠지면 세세생생 천만겁토록 고통을 받게 됩니다.” 금욕을 중시하라며 이같이 말한 조계종 종정 법전 대종사는 “바른 정신을 회복하는 데 게을리 하지 말 것”을 간절히 당부했다. 법전 대종사는 또 “대접받으려 하지 말 것, 하심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것, 언제나 화두를 지니고 깨어있는 정신을 갖도록 정진할 것, 게으름에 빠지지 말고 고행을 할 것, 일체중생을 위해 매일 108참회를 할 것”을 강조했다.
20주년 맞은 불기협 ‘한국의 대종사들’ 발간
기자들 스님 친견…한국불교 나아갈 길 물어
마지막 덕목은 이타행. “수행의 궁극적인 목적은 이타행입니다. 다른 사람을 향한 이타의 마음이 없으면 이는 외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물질과 마음으로 항상 남에게 봉사하고 살아야 합니다. 봉사를 하되 추호의 대가도 받아서는 안됩니다.”
불자들이 듣고 마음에 새길만한 이같은 감로법문은 한국불교기자협회(회장 안직수)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서 엮은 <한국의 대종사들>에서 법전 대종사편에 실린 내용이다. 책에는 조계종 대종사 법계를 수지한 스님들로만 채워져 있진 않다. 26명의 조계종 대종사를 중심으로 3명의 명사, 태고종 종정 1명 등이 함께 실려 있다. 한국불교기자협회는 이들 30명의 스님들을 직접 친견하고 불교수행의 진면목과 한국불교의 나아갈 방향 등을 물었다.
<사진> 한국불교기자협회가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엮은 〈한국의 대종사들〉에는 수행의 진면목과 한국불교의 나갈 방향에 대한 원로 스님 30명의 감로법문이 실렸다.
‘일하는 것이 좋다’는 밀운 대종사는 꼼꼼한 손놀림에다 부지런함이 더해져 봉선사서 최고의 ‘부목’으로 통한다. 연꽃과 선율로 수놓았던 ‘봉선사 연꽃축제’를 있게 한 봉선사 연꽃밭도 스님의 원력으로 일궜다고 한다. “산과 같고 물과 같은 마음이 자비”라는 스님은 “부처의 마음을 일으키는 놈이나 중생의 망상을 일으키는 놈 모두 같은 나 자신”이라며 “진흙의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청정한 꽃을 피우는 연꽃처럼 스스로 생각을 돌이켜 심성을 정화하며 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밀운 대종사의 설법은 함양 황대선원에 주석하고 있는 성수 대종사가 설한 ‘만물선(萬物禪)’의 가르침과 상통한다. “자연은 날 때 나고, 클 때 크고, 꽃필 때, 꽃피고, 열매 맺을 때 열매 맺고, 마침내 익어서 결실을 보지. 그런데 우리 인간은 익을 줄 모르기 때문에 늙고 썩어지고 버림받는 것이야. 눈을 뜨고 보면 발길에 차이는 게 모두 도(道) 아닌 것이 없어. 산과 물, 나무와 돌이 모두 부처이고 나 자신이야.” 스님은 또 “즐겁게 살다가 웃으면서 죽는 법을 알기 위해 수행을 해아 한다”며 “지독하고 까다롭게 공부해야지 시부적(적당히) 시부적 살아서는 가치없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인간 중심의 종교, 믿음으로 마음을 깨쳐가는 종교가 불교라고 말한 혜정 대종사는 “불교는 스스로의 힘으로 성불할 수 있다는 자력신앙”이라며 “부처님은 자신의 마음에서 삼라만상을 보고 깨달았으며 거슬러 올라가면 신이란 개념도 결국 마음에서 나온 것이며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마음이 신을 창조했다”고 설했다.
무진장 대종사는 “우리의 정신세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절에 다니는 것”이라고 했다. “부처님이 어떤 사람인지 아십니까? ‘가장 평범한 보통’ 사람입니다. 우리 중생들은 보통 사람에 미치지 못하거나, 지나친 사람들이에요. ‘가장 평범하고 보통 사람인’ 부처님의 성품을 닮기 위해 우리는 공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 총무원장 지관 대종사는 불교의 사회적 책임을 거론하면서 “승가는 이제 우리사회를 보살피는 학교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설했다. “관념적인 불교의 진리만을 자산으로 보지 마세요. 한국불교의 승가는 아시아에 전승된 수승한 대승불교권의 불살생 출가공동체임은 물론, 부종수교(扶宗樹敎)의 종지 전통마저 아울러, 독특한 선풍으로 개명한 금상첨화의 불연토입니다. 이제 교단 내 모든 구성원들이 무게있는 이 자산을 자랑스러운 터전으로 삼아, 힘찬 자신감과 건강한 비판, 그리고 따뜻한 화합으로 함께하며, 일체중생을 아낌없이 사랑할 때입니다.”
[불교신문 2586호/ 12월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