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산 정토원
   
   
 









[불교방송]경남 김해 정토원 호미든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법회

글쓴이 : 관리자 등록일 09-07-08 13:12     조회 2,510


     



    정토원 호미든 관음성상 봉안 50주년 기념법회





     


    "시간이 가면 잊는다고 하지만

    갈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우리 대통령"


     


    박 군.

    나의 하루는 눈물로 시작이 되네. 꼭두새벽 눈이 떠지면 인터넷에 들어가 대통령 서거와 관련된 글과 댓글을 읽네. 오늘은 동영상이 날 울리는군.

    눈물로 가득 찬 눈은 보는 사람도 없으니 그냥 흘러내려 옷을 적시네. 요즘 부쩍 천둥과 번개가 많아졌네. 벼락 치는 소리가 천지에 진동을 하네.  저 벼락을 맞는 인간은 누굴까.                

    하느님. 벼락 맞을 인간이 너무 많은데 어디에다 치시죠. 이런 죄 받을 하소연을 한다네. 추호도 거짓 없는 진심이고 나도 고통을 잊기 위해 벼락을 맞아 순간에 죽고 싶네.

    ‘세월이 약’이라는 했지. 세월이 가면 잊게 된다는 말 아니겠나. 검은 머리 파 뿌리 되도록 살자고 맹서한 부부도 죽고 난 다음에는 잊게 마련이고 인간은 잊어버리는 재주 때문에 산다는 말까지 있더군.

    노무현 대통령님과 인연을 가진 사람이 어디 하나 둘이겠나. 특별한 인연인 사람들도 참 많이 있네. 나도 그 중에 하나겠지.

    길을 가다가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한다지만 좋은 인연이야 얼마나 축복을 받을 일이겠나. 난 지금 우리 대통령님과의 인연을 말하고 있다네. 대통령을 만나고 20수년을 지나는 동안 변덕스럽다는 내가 한 번도 후회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돌아보며 도대체 노무현이 어떻게 날 이렇게 만들었을까 깊이 생각하게 만드네.

    노무현은 거짓말을 모르는 사람이었지. 내가 기억하는 그는 20여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도 거짓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었어. 더구나 국민을 상대로 한 거짓말은 더욱 없네.

    부산 대학생들의 독서 모임을 반국가 조직으로 날조한 이른바 ‘부림사건’의 변호를 맡은 후 대학생들의 몸이 고문으로 시커멓게 멍 든 것을 보고 노무현은 민주주의를 위해 몸을 바치기로 결심했네.

    돈 잘 버는 변호사로서 평생을 호강하며 처자식들 고생시키지 않고 세속적 행복을 누릴 수 있었지만 거부했지. 이건 사람이 사는 것이 아니다. ‘사람 사는 세상’은 이것이 아니라는 것이었네.

    그가 걸어 온 고난의 가시밭길은 국민들이 다 알고 있네. 돈이 되는 변론은 일제 맡지 않고 민주화 투쟁의 선봉이 되었지. 그가 허삼수와의 두 번째 대결한 부산동구 국회의원 선거부터 부산시장 선거와 ‘부산강서 을’ 선거까지 떨어지는 선거를 쭉 지켜보면서 참으로 세상 힘들게 사는 사람이라는 것을 늘 느꼈다네.

    못 난 후원회장 탓인지는 몰라도 최소한의 선거운동 자금조차 부족한 우린 참 고생도 지지리 했지. 이호철 안희정 이광재 김만수 송인배, 정윤재 그리고 자원봉사 청년들은 밥한 끼 배불리 먹지 못하면서 선거운동을 했지. 좁은 여관방에서 함께 자면서 그래도  노무현 후보와 늙은 나는 특별히 방을 따로 썼고 그는 늘 미안하다고 했네. 아아 가난해도 얼마나 행복했던 시절인가. 그립네.

    선거 날 투표가 끝나면 그는 결과에 상관없이 깊은 잠에 빠졌네. 주름 살 깊이 파인 얼굴을 덮은 천근의 피곤이 날 눈물짓게 했네. 민족의 운명을 혼자서 다 진 것 같은 그의 일관된 행동을 보면서 저것이 지도자의 모습이라고 생각했지.


    박 군.

    노무현은 두려움을 모르는 지도자였네. 운명을 거슬리진 않되 굴복하지도 않았지. 죽음까지도 두려워하지 않았네.

    그가 청문회 활동으로 국민의 사랑을 받을 때 한 편으로는 죽도록 미움을 받기도 했지. 테러를 하겠다는 협박을 수도 없이 받았네. 여의도 아파트에 살 때 밤 열두시가 넘은 심야에 귀가 할 때는 걱정이 됐네.

    “집에는 좀 일찍 들어가시죠. ”

    “걱정 마십시오. 바로 얼굴에다 총을 쏴도 안 죽을 사람은 안 죽습니다.”

    그런 노무현이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네. 박차 버릴 수 없는 운명이었나. 노무현의 용기조차 밟아버린 악랄한 탄압이었네.

    원통하고 절통한 대통령의 죽음. 지나간 과거의 편린들이 현실처럼 되살아나고 한 점 티 없이 순박하고 선량한 그의 미소가 눈앞에 떠오르네. 항상 신세만 진 듯 늘 미안해하던 대통령의 모습.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 누군가 우리 모르게 밥값을 치르고 나가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그래서 그는 자기를 못 보도록 출입구에 등을 지고 앉았네.

    밥 값 좀 절약하고 좋지 않으냐고 농담을 하면 제대로 정치는 못하면서 국민한테 신세만 지면 어쩌느냐고 쓸쓸히 웃었네.   

    그럴 때 마다 난 미안했네. 많은 사람들 앞에서 경험했던 일화를 공개하겠네. 아들 녀석 결혼식에 그가 주례를 섰는데 주례사의 첫 마디를 이렇게 시작했네.

    “신랑 아버님이 제 후원회장이십니다. 후원회장은 정치자금도 모아 주시는 그런 일을 잘 하셔야 하는데 우리 후원회장님은 그런 일과는 거리가 멉니다. 그 대신 잘 해 주시는 것이 있습니다. 정말 좋은 분들을 많이 알게 해 주셨습니다.”

    후보 시절, 내가 아는 친지가 돕겠다고 했네. 영수증도 필요 없다고 했네. 내 말을 듣고 대통령은 완곡하게 사양했네. 왜 사양했는지 설명해야 되겠나.


    박 군.

    대통령은 정말 눈물이 많았네. 안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짜는 가짜 눈물이 아니었네. 난 참 많이 봤지. 단 둘이 강연을 다녀오면서 강연장에서 만난 사람의 하소연을 소개하며 창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그의 눈에 틀림없이 눈물이 고였음을 나는 알고 있었지. 

    대통령 후보 경선이 한 창일 때 족벌신문의 간부들과 모임을 주선한 적이 있었네. 별로 내키는 것 같지 않았지만 내가 강요하다시피 마련한 자리였네. 몇 줄 기사를 구걸하려던 내가 치사한 놈이었지.

    인사동의 사천 집이었지. 힘없는 먹이를 다루듯이 대단히 웃기는 인간들이 노무현을 몰아 세웠네. 당당하게 논리를 펴는 노무현에게 무조건 억지를 부렸네. “쓰면 넌 죽어!” 

    속으로 노후보가 그냥 기 좀 죽어 줬으면 얼마나 좋을까 했지만 그건 나만의 소망. 밖에는 밤비가 내리고 차에 오른 뒤 나는 후회를 했지. 아아 내가 부질없는 짓을 했구나.

    가로등 불빛이 차창을 통해 들어오고 흘깃 쳐다 본 노무현의 눈이 반짝였네. 잘못 봤을까. 그건 분명 눈물이었네. 그냥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사과했네. 노무현이 지친 목소리로 대답하더군.

    “선생님. 전 이 나라에서 정치를 하면 안 될 사람인가 봅니다.”

    난 지금도 그 자리에 참석했던 언론사 간부기자들을 기억한다네.

    그 때 참석한 추악한 하이에나들이 참여정부 출범 후 날 찾아왔네. 누가 찾아 왔으며 왜 찾아 왔는지는 밝힐 필요도 없겠지. 요서까지 빌었네.


    박 군.

    자넨 역대 대통령을 다 겪어 보지 않았나. 나도 마찬가지네. 좋아하고 싫어하고를 말하기 전에 요즘처럼 두려움을 느끼기는 처음이네.

    잘못된 권력은 이렇게 세상 살기 힘들게 만들고 또 이렇게 공포 속에서 살게 만드는구나. 이렇게 민심과 유리된 정권은 처음이네. 지식인들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불통 1위’라네.

    도대체 가난해서 점심을 굶는 농촌 어린이들의 식비를 싹둑 잘라버리는 놈의 정치가 어디 있나. 재벌에다가 방송까지 허가해 주려는 재벌편애 정권이 어디 있단 말인가. 환경을 죽이는 4대강 살리기에 22조원을 쏟아 붓는 기막힌 정권이 어디 있나. 그래도 ‘서민행복추진본부’를 한나라당이 만든다네. 빛 좋은 개살구란 말이 있지.

    자연은 한번 망가지면 복원이 안 되네. 영원히 죽는거야. 정책 만드는 인간들은 정권 망하면 이중국적에 돈 많겠다 외국으로 튀면 그만이지만 남아 있는 국민들은 어쩌란 말인가. 죄는 지 놈들이 짓고 벼락은 왜 국민더러 맞으라고 하는가.

    역대 어느 대통령이 지금처럼 격렬한 국민의 저항과 불신을 받았는가. 명색이 민주정부네. 자넨 민주정부라는 데 동의하는가. 

    글을 쓰면서도 이렇게 조마조마 가슴 졸인 적이 없다네. 어떤 놈이 뭔가 트집 잡아 고소하고 조사 받으러 나오라고 연락이 올지 누가 알겠나. 하루에 피죽 한 끼 먹고 살아도 마음이 편해야지. 이건 꼭 철창 안에 사는 것 같으니 차라리 똥오줌 가릴 줄 모르는 치매환자가 부러울 지경일세. 아니 그보다 빨리 죽는 게 낫다고 할까. 빨리 죽어 혼백이라도 대통령 곁에 있고 싶다네.

    노무현을 좋아했고 노무현과 특별한 관계였기 때문이 아니라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똑 같이 느낄 수 있는 절망감이 하루가 가면 하루만큼 쌓여 간다네. 절망이 깊어질수록 더욱 그리워지는 얼굴이 있네. 인간의 정과 따뜻한 사람의 피가 흐르는 노무현의 얼굴이라네.

    7월 10일 12시,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국민을 존경하고 받들던 우리의  대통령은 고향 땅에 고이 잠드시네.

    떨어져 있어도 늘 함께였던 대통령을 우리도 가슴에 묻네. 이제 어느 놈도 빼앗아 갈 수 없는 사랑하는 우리의 대통령 노무현.   

    내가 죽으면 뼈 가루 한 줌이라도 대통령 잠드신 근처에 뿌려 달라는 유언을 미리 하겠네.

    생존해 계실 때 배우지 못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조국에 대한 사랑과 민주주의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면 죽어도 얼마나 행복한 영혼인가.


    (서프라이즈 / 이기명 / 2009-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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