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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스님/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않네

글쓴이 : 침향 등록일 15-03-12 16:02     조회 2,158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

       
     

    법정스님ㆍ최인호 지음

    여백

     

    <길없는 길>의 저자 최인호 씨와 법정스님이 만났다. 대담에서 두 사람은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을 주제로 장시간 대화를 나눴다. 깊이 있는 사색과 은유로 가득한 대화. 2003년 4월의 이야기다. 그리고 법정스님은 2010년에 입적에 들었고, 최 작가는 2013년 9월 세상을 등졌다. 두 사람이 그날 나눴던 대화록이 <꽃잎은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았네>라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법정스님의 기일에 맞춰 출간해 달라는 최인호 작가의 유언에 따라 3월11일 스님의 기일에 맞춰 이 책이 나왔다.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대담을 나누고 있는 최인호 작가와 법정스님. 사진제공=덕조스님

    행복ㆍ사랑ㆍ삶과 죽음ㆍ시대정신

    11가지 주제를 통해 던지는

    우리시대 화두와 삶의 자세

     

    “몸이란 내가 잠시 걸친 옷

    소유하려 들면 텅빈 마음으로

    바라볼 여유가 사라져…

    무소유의 삶을 살아야 한다”

    2010년 법정스님이 원적에 들자 최인호 작가는 대중의 시선을 피해 조용하게 길상사를 찾았다. 당시 최 작가는 암 투병 중이었다. 조문을 마치고 길상사 경내를 걷다가 요사채 출입문 앞의 한 건물에서 걸음을 멈췄다. 2003년 4시간에 걸쳐 법정스님과 대담을 나눴던 곳이다. 최 작가는 그때의 대담을 떠올리며 3, 4년 뒤 스님의 기일에 맞춰 책으로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특별한 이유와 애정으로 원고를 썼다. 그런데 책이 나오기도 전에 최인호 작가 역시 세상을 등져야 했다. 이제야 책이 나온 이유다.

    대화의 끝에 이르러 최인호가 묻는다. “스님, 죽음이 두렵지 않으십니까.” 법정이 답한다. “몸이란 그저 내가 잠시 걸친 옷일 뿐인 걸요.”

    최인호 작가가 밝힌 법정스님과의 첫 인연은 1970년이었다. 한 여인이 최 작가에게 “봉은사에 아주 매력적인 스님이 한분 계세요. 절 방에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 놓고 모차르트와 슈베르트 음악을 듣고 어린왕자를 이야기 해요. 한번 찾아가 보세요” 말을 전했다. 최 작가는 “스님이 무슨 모차르트야? 스님이 또 무슨 어린왕자야? 웃기고 있네. 세상을 버리고 출가한 사문 주제에”라며 빈정거렸다. 그 무렵 최 작가는 <샘터>지에 연작소설 ‘가족’을, 법정스님은 ‘산방한담’을 연재하고 있는 “샘터지를 대표하는 인기있는 라이벌 글”로 알려질 때였다.

    이후 법정스님과 잡지사에서 우연히 첫 만남을 가진 최인호 작가는 두세번 더 법정스님을 만나고 “매력과 가르침에 푹 빠졌다”고 고백한다.

    두 거장은 2003년 만나 4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당시 법정스님의 이야기다. “최근 경험 하나 이야기 할까요? 얼마전 단발머리 소녀의 그림을 얻어서 오두막 한쪽 벽에 걸어 놓았는데, 오두막 분위기를 완전히 다르게 만들더라고요. 마음이 아주 정결해지고, 풋풋해지고 따뜻해졌습니다. 그림 속 소녀의 이름을 봉순이라 짓고 가끔 ‘봉순아!’라고 부르며 혼자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러다 이런 생각을 했어요. 봉순이가 액자에서 나와 차 시중도 들고, 청소도 거들고 하면 어떨까 하고. 그런데 답은 아니다 였어요. 만약 그런다면 내 풋풋한 마음이 사라지고, 그 아이가 부담스러워질 것 같아서요. 그래서 ‘봉순아. 그 자리에 가만 있거라, 네가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나한테는 충분한 가치가 있다’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최인호 작가가 답을 했다. “스님은 그림 속의 봉순이를 보시지만, 우리는 늘 살아서 앙탈부리고, 질투하고, 요구하는 봉순이와 살고 있잖아요. 서로가 살아있는 업인데 대체 어떻게 사랑을 해야 합니까?”

    “박물관에서 그림을 볼 때, 만일 그것들이 내 소유였다면 잘 보관하고 도둑맞지 않게 간수하느라 그림을 바라볼 여유가 없을 거예요. 거기 그렇게 있기 때문에 나는 필요할 때 눈만 가지고 가서 보고 즐기면 되는 겁니다. 소유하려 들면 텅 빈 마음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가 사라집니다.”

    두 거장의 대화가 주제별로 거침없이 이어진다. 그리고 툭툭 내뱉는 말이지만 삶을 관조하며 살아온 두 거장이기에 한마디 한마디 마다 깊은 의미가 느껴진다. 군더더기가 없는 가르침을 대화로 전달하고 있다.

    “어지러운 세상일수록 깨어 있으라.” “생각보다 빨리 글이 나가는 컴퓨터보다 천천히 먹을 갈면서 글을 떠올리던 과거의 모습을 따라가야 한다. 무책임한 글이 너무 많다” “냉철한 머리는 죽은 지식이요, 따뜻한 가슴이 참 지식이다.”

    두 거장은 대화 곳곳에서 우리가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를 지적하고 있다. 책은 저자가 법정스님의 빈소를 찾아 스님과 만남을 회고하면서 시작해, 대담 내용을 정리했다. 그리고 조문을 마치고 길상사를 나서면서 노란 한무더기의 꽃을 발견한다. 봄을 맞이한다는 영춘화다. “아가야. 그렇다. 꽃잎은 해마다 피고 떨어지지만, 꽃은 영원히 지지 않는다. 법정이란 이름의 그대는 꽃잎처럼 떨어졌지만, 하늘과 땅이 갈라질 때부터 있었던 본지풍광과 진면목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잘 가십쇼. 법정이란 허수아비의 허물은 벗어 버리고 지지 않는 꽃으로 성불하십시오.” 이 글과 함께 2013년 최인호 작가도 우리 곁을 떠났다.

    안직수 기자 jsahn@ibulgyo.com

    •법정스님 1932년 전남 해남에서 태어나 전남대 상과대학을 다니던 중 효봉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불교신문 주필과 역경국장, 송광사 수련원장을 지냈다. 1976년 출간한 <무소유>를 시작으로 수필가로 명성을 날렸다. 2010년 3월11일 길상사에서 입적했다.

    •최인호 작가 1945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서울고 2년 재학중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벽구멍으로>으로 등단했다. 이어 1967년 <견습환자>가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위대한 유산> <잃어버린 왕국> <길없는 길> 등 작품을 발표했으며 2013년 9월25일 세상을 떠났다.

    [불교신문3087호/2015년3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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