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몸을 금생에 건지지 못하면 어느 생을 기다려 건질 것인가 금생에 이 몸을 건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화두라는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해서 일념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아나타삔디까 장자의 아들 깔라는 부처님이나 제자들이 자기 집에 오실 때 멀리 숨는 버릇이 있었다 장자는 아들이 이 습관을 고치지 않는다면 다음 생에는 반드시 낮은 세계에 태어나리라 염려했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곳에 가 하룻밤을 새고 오면 얼마간의 돈을 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깔라는 절에 갔지만 법문은 듣지 않은 채, 그저 시간만 때우고 와서 돈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다음날 장자는 아들에게 부처님에게서 게송 한 구절을 배워서 외면 일천 냥의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 마침내 부처님께서는 게송 한편을 가르쳐주시고, 강한 의지를 깔라에게 보내어 그 게송을 외울 수 없도록 만드시었다. 깔라는 게송을 외려고 열심히 애를 썼지만 끝내 외지는 못하였고, 그 대신 뜻을 깨우치게 되었다. 그는 그 게송의 의미를 터득하면서 일념 삼매를 이루어 수다원과를 성취하였다. 다음날 아침 깔라는 부처님과 비구들을 따라 자기 집에 도착했다. 장자는 공양을 올린 다음, 아들에게 일천 냥의 돈을 상금으로 내놓았다. 그러자 놀랍게도 아들은 그 상금을 부끄러이 여기며 받지 않는 것이었다. 돈을 받으라고 거듭 권했지만, 깔라는 아주 겸손한 태도로 돈 받기를 거절했다. 이를 본 아나타삔디까 장자는 부처님께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아나타삔디까여, 그대의 아들 깔라는 이제 세계를 다스리는 전륜성왕보다, 그리고 천상의 브라흐마 천왕보다 더 큰 보배를 갖게 되었느니라.”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을 읊으셨다. “이 땅 위에서 왕이 되는 것보다, 또는 천상에 태어나기보다, 더 나아가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것보다도, 수다원과를 성취하는 것이 훨씬 낫다.” 어째서 우주의 지배자보다도 나을까? 수다원과만 성취해도 최소한 삼악도를 면하게 된다. 더 이상 퇴보는 없다. 진전이 있을 뿐! 월호스님/불교신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