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당일 행적이 2일 현장검증결과 번복됐다. 노 전 대통령이
경호관을 정토원으로 보낸 시각은 23일 오전 6시 14분이며, 경호관이 추락한 노 전 대통령을 발견한 시각은 6시 51분으로 드러났다. 이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최대 37분동안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경남경찰청은 2일 오전 5시 30분부터 3시간 동안 당시 노 전 대통령을 경호했던 이 모(45세)경호과장과 실황조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3일 오전 5시 35분
인터폰으로 외출을 통보했고, 경호관과 새벽 5시 44분께 사저에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과정에서 또 이 경호관의 거짓진술이 드러났다. 이 경호관은 이전 진술에서 노 전 대통령이 산을 오르던 중 힘들다며 내려가자고 했을 때 이를 알리는 무전을 보냈다고 말했지만, 이날 조사에선 "하산한다는 무전을 보내지 않았는데 기억을 더듬어보니 착각한 것 같다"며 진술을 번복했다.
경찰에 따르면 두 사람이 부엉이바위에 오른 시각은 오전 6시 10분경이며, 노 전 대통령이 '정토원에 가서 선진규 원장이 있는지 알아보라"며 경호관을 보낸 시각은 6시 14분이었다. 경호관은 3분 만에 부엉이바위로 돌아왔다.
경찰은 이 상황을 재연하라고 요구했지만 이 경호관은 몸이 좋지 않아 불가능하다며 거부했다. 경찰은 김 모 경위(34세)를 대역으로 내세웠고, 김 경위는 부엉이 바위에서 정토원까지 2분 43초만에 왕복했다.
김 경위가 젊기 때문에 대역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경남
지방경찰청 김한수 강력계장은 "500미터를 3분 안에 주파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해서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시한 것"이라며 "경찰관은 운동을 잘 안 하지만 경호관은 평상시에 운동을 많이 하기 때문에 이 경호관 역시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경호관은 정토원에서 부엉이바위로 돌아와 노 전 대통령이 사라진 사실을 알고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당초 경찰은 이 경호관의 진술을 토대로 이 경호관이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을 6시 45분경 부엉이 바위 아래서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거짓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경호관의 휴대
전화 통화 기록을 확인한 결과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발견된 시각은 6시 51분이라고 정정했다. 이대로라면 노 전 대통령은 최대 37분 동안 방치돼 있었던 셈이다.
이날 현장검증에선 노 전 대통령의 혈흔도 발견됐다. 경찰은 부엉이바위와 부근 이정표 등에서 발견된 혈흔이 국립과학수사
연구소 검증 결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전자와 일치했다고 밝혔다.
혈흔이 조금밖에 발견되지 않은 데 대해선 "노 전 대통령의 상의에 피가 묻은 것은 이 경호관이 옮기는 과정에서 후두부에서 흐른 것"이라며 "부엉이 바위 밑에서 발견된 혈흔은 고일 정도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CCTV에 의하면 오전 6시 56분 경호
차량이 사저
주차장을 빠져 나갔으며, 경호관들이 노 전 대통령을 차량 뒷좌석에 태워 김해 세영
병원으로 이동한 시각은 5시 59분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세영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2분에서 4분 사이로 예상된다.
이날 회색모자를 눌러쓰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현장검증에 임한 이 경호관은 묵묵히 당시 상황을 재연하다 "부엉이바위에서 정토원을 오가며 노 전 대통령이 완전히 사라진 것을 알게 된 후에는 미칠 지경이었다"고 심경을 털어놓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