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학 경남서부지사장

 

불교계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가 피폐하고 궁핍했던 시절. 젊은 불교학도 31명이 부처님의 사상을 이 땅에 전개하여, 4대(심신.사회.경제.사상) 개발을 이루고자 원력을 세웠다. 전대미문의 독특한 창조적 발상으로 농기구인 호미를 든 관음보살상 즉 ‘호미든 관음개발성상’을 봉안한 것이 1959년 4월5일.

올해 4월5일. 식목일이자 절기로는 청명인 이날, 호미관음상이 모셔진 경남 김해시 봉화산 정토원(원장 선진규)에서는 그 날의 서원을 반추하고자 수광전 법당에서 ‘봉안 52주년 기념법회’를 봉행했다. 이어 관음상이 모셔진 해발 140m의 봉화산 정상에서 ‘정상 법회’를 열었다. 이번 법회는 여러 사정으로 신도들과 함께 조촐한 행사로 기획했다. 하지만 그 날의 뜨거운 염원을 기억하며 52년 전 봉안불사에 수희동참했거나 이후 포교활동의 계보를 이어왔던 공로자들인 최성봉.정지찬.황영갑.권오현.홍영춘 씨 등이 원근을 마다않고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법회 후 정토원 이곳저곳에서는, 선진규 원장이 대학 재학 중 해인사로 출가했다가 당시 동국대 백성욱 총장의 부름을 받아 총학생회장 소임을 맡기 위해 환속했던 사정, 봉화산에 호미관음상을 모시기 위해 아래 동네 봉하마을에서 산길을 통해 자재를 운반하던 고생담, 봉안 당일 고 노무현 대통령이 중학교 1학년생으로 식목행사에 참여했던 일화, 다시 세월이 흘러 노 대통령이 봉화산 부엉이바위에서의 비통한 최후 등의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패기와 창의의 청년 불교학도들은 이제 백발이 성성하지만, 아직도 한결같은 소망은 애오라지 불법홍포. 나름 불자로서 애씀을 자부했지만, 원로들의 열정과 원력에 부끄러워졌다. 아니, 무색할 따름이라 인사도 제대로 못 드리고 황망히 도망치듯 정토원을 나왔다.

[불교신문 2711호/ 4월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