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화림원(원장 해강스님)과 인드라망생명공동체(상임대표 도법스님)가 지난 11일 서울 신정동 인드라망교육센터에서 ‘신대승불교운동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2009 화엄광장 세 번째 마당을 개최했다.<사진>

“불교적 삶,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는 삶이어야”

실상사 화엄학림 학장 법인스님(조계종 교육원 교육부장)과 이평래 충남대 명예교수를 좌장으로 열린 이날 화엄광장에는 조성택 고려대 교수의 발표와 함께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 류지호 불광출판사 주간이 참석해 대담자로 참석, 신대승불교운동의 이론적 틀 마련 방안과 구체적인 실천 방법, 향후 신대승불교운동의 방향성 모색 등을 주제로 열띤 논의를 펼쳤다.

이 자리에서 ‘신대승운동의 방향에 관한 몇 가지 이론적 틀’을 주제로 발표한 조성택 교수는 “본체론적 담론을 사회현상적 담론으로 재해석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깨달음의 관점에서 사회를 보는 것이 아니라 불교의 개념들을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재해석하고 전환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 교수<사진 왼쪽>는 “무아나 열반과 같은 불교의 개념들을 개인의 윤리나 실천철학적 개념으로 전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이 점이 불교의 참여 이론을 세속의 사회철학이나 사회과학적 이론과 구별시켜주는 불교적 정체성의 핵심적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사례로 사회복지 이론을 든 조성택 교수는 “사회복지 이론은 대부분 기독교 신학에서 출발했지만 오늘날의 사회복지 이론에서 기독교 교리나 신학의 흔적을 찾을 수 없다”며 “이는 사회현상적 담론으로 전환하려는 다양한 시도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조성택 교수는 ‘불교적 삶’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깨달음의 세계에만 머무르는 불교가 아니라 불교적 교리가 생활세계적으로 재해석, 재구성되어야 한다”며 “불교적 삶은 불교적 독특함이나 특징만을 이야기하는 것을 떠나 인류가 공동으로 추구하는 ‘공동선’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는 삶이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담자로 나선 박광서 종교자유정책연구원 공동대표는 “현실의 삶과 동떨어진 불교가 아니라 불교의 가르침을 생활 속에서 적용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혀 체득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실세계에서 적용할 수 있는 화두와 가르침, 스승이 없어서 현재 한국불교가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류지호 불광출판사 주간은 한국불교의 현 모습을 “영적 전통도, 사회참여적 전통도 아닌 애매함의 극치”라고 규정했다. 류지호 주간은 “역사 발전과정에서 한국불교는 그동안 정상적인 모습을 갖추지 못했다”면서도 “대승불교의 전통을 단절하고 신대승불교운동을 제창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국불교의 여건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논평했다.

한편 종합토론에서 도법스님은 신대승불교운동의 구체적 실천 방법을 제안했다. 도법스님은 “사부대중이 함께 참여해 본체론적 담론을 사회현상적 담론으로 재해석하는 담론화 불사와 함께 전통사찰과 도심 포교당에서 사부대중공동체 도량을 꾸며 신대승불교운동의 모델을 만들어가자”고 제안했다.

엄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