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정을 역임한 설석우(薛石友,1875~1958) 스님 명의로 발행된 1935년도 금강산 영원암(靈源庵) 강원 졸업증서가 나왔다.

 

 

 

고양 원각사 주지 정각스님(본지 논설위원)은 최근 입수한 영원암 강원 졸업증서를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졸업증서는 출가 본사가 동래(부산) 범어사인 김만혜(金萬慧)스님 것으로 가로 39.7㎝, 세로 27㎝ 크기이다. 졸업증서에는 발급연도가 소화(昭和) 10년 3월10일로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만혜스님의 졸업증서는 지금부터 74년 전인 1935년에 발행된 것이다. 또한 발행처가 한문으로 ‘강원도 양양군 금강산 영원암’으로 적혀 있어 영원암에 강원이 운영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졸업증서에는 석우스님이 강사(講師)로 명기돼 있는데, 강사는 지금의 강주(講主)에 해당한다. 그동안 선승(禪僧)으로만 알려진 석우스님이 교학에도 깊은 식견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귀한 자료이다. 석우스님이 금강산 영원암 강원에서 강사를 지낸 이력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소중한 자료로 평가받을 만하다.

 

자료를 공개한 정각스님은 “졸업장에 석우스님의 친필과 도장이 날인되어 있다”면서 “석우스님과 관련된 자료가 많지 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귀중한 사료”라고 평가했다.

 

영원암 강원 졸업장을 수여한 1935년은 석우스님이 경성(서울) 안국동 선학원에서 열린 ‘조선불교수좌대회’에 참석한 해이기도 하다. 스님이 영원암에 머물 당시 만해(萬海)스님이 찾아왔고, 해방 후 동국대 총장을 지낸 백성욱 박사가 방부를 들여 수행하기도 했다.

 

석우스님은 1875년 5월11일 경남 의령에서 태어났으며, 어려서부터 한학을 깊이 공부했다. 범어사에서 ‘보조어록’을 읽고 환희심을 느껴 금강산 장안사의 연담(連潭)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이후 금강산 유점사에서 동선스님에게 구족계를 받으며 석우라는 법호를 수지했다. 스님은 금강산 마하연·영원암·지리산 칠불암·사천 도솔사·고성 옥천사·합천 해인사·대구 동화사 등에서 정진하며 후학을 지도했다. 1955년 전국승려대회에서 만장일치로 종정으로 추대된 스님은 1958년 12월27일 동화사 금당선원에서 세수 84세, 법납 45세로 열반에 들었다.

 

석우스님의 제자로는 우봉(愚鳳)·진제(眞際, 대구 동화사 조실)·무공(無空) 스님 등 16명이 있다.

 

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불교신문 2564호/ 10월10일자]